준비의 대부분은 회의 전에 끝난다
영어 회의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일을 모두 실시간으로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회의에서 오가는 내용의 상당 부분은 미리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안건이 정해져 있고, 내가 맡은 업무가 있고, 누가 어떤 질문을 할지도 대략 짐작이 갑니다. 그 부분을 미리 문장으로 만들어 두면 회의 중에는 듣는 데 더 많은 힘을 쓸 수 있습니다. 즉흥으로 잘 말하는 능력은 시간이 걸려야 늘지만, 준비는 오늘부터 할 수 있습니다.
회의 전에 해 둘 일
안건을 받으면 항목마다 내가 말할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적어 둡니다. 완벽한 원고가 아니라 첫 문장만 준비해도 말문을 여는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업무 관련 전문 용어는 발음까지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글로는 아는 단어도 소리로는 처음 들어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 안건 항목마다 내 입장이나 진행 상황을 한두 문장으로 적는다
- 숫자, 날짜, 고유명사는 말로 읽어 보며 확인한다
- 자주 쓰는 업무 용어의 발음을 사전에서 들어 본다
- 예상 질문 서너 개와 짧은 답을 미리 정한다
끼어들고 의견 내는 요령
영어 회의에서는 잠깐의 침묵이 다음 사람 차례로 넘어가는 신호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완벽한 문장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화제가 바뀌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마디 덧붙여도 될까요' 같은 짧은 신호 표현을 몇 개 외워 두고, 말할 기회가 보이면 먼저 그 표현으로 자리를 잡은 뒤 생각을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의견을 말할 때는 결론을 먼저 말하고 이유를 뒤에 붙입니다. 배경 설명부터 길게 하면 듣는 사람이 요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못 알아들었을 때
모르는 채로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가는 것이 가장 큰 실수입니다. 나중에 잘못 이해한 채로 일을 진행하면 다시 묻는 것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듭니다. 되물을 때는 '다시 말해 주세요'보다 내가 이해한 내용을 짧게 요약해서 맞는지 확인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상대도 어디서 오해가 생겼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 내가 이해한 내용을 요약해서 맞는지 묻는다
- 특정 단어만 놓쳤다면 그 부분만 다시 묻는다
- 속도가 빠르면 천천히 말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한다
- 회의 뒤 결정 사항을 글로 다시 확인한다
발표 원고는 말하는 글로
발표 원고를 글처럼 쓰면 문장이 길어지고, 읽다가 숨이 차고, 듣는 사람도 따라오기 어렵습니다. 한 문장에는 한 가지 생각만 담고, 접속사로 길게 잇기보다 짧은 문장을 여러 개 이어 붙입니다. 화면 한 장에는 메시지 하나만 두고, 그 메시지를 첫 문장으로 말한 뒤 근거를 설명하는 순서가 듣기 편합니다. 큰 숫자는 반올림해서 말하기 쉬운 형태로 바꾸고, 중요한 숫자는 화면에도 같이 띄웁니다. 발표의 처음과 끝에는 전체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해 줍니다.
리허설하는 방법
머릿속으로 훑어보는 것은 리허설이 아닙니다. 실제로 소리 내어 말해 봐야 막히는 문장, 발음이 꼬이는 단어, 생각보다 길어지는 구간이 드러납니다. 처음에는 원고를 보고, 다음에는 요점만 적은 메모를 보며, 마지막에는 화면만 보고 말해 봅니다.
- 소리 내어 말하며 전체 시간을 잰다
- 휴대폰으로 녹음해 막히는 문장을 찾아 더 짧게 고친다
- 원고에서 요점 메모로, 메모에서 화면만으로 단계를 줄인다
-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 짧게 끝나도록 맞춘다
질의응답 대비
발표보다 질의응답을 더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지만, 질문도 상당 부분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숫자의 근거, 일정, 비용, 위험 요소처럼 늘 나오는 질문에 대해 짧은 답을 준비해 둡니다.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답하기보다 질문을 한 번 짧게 되짚으면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되고 생각할 시간도 생깁니다.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즉석에서 지어내는 것보다, 확인한 뒤 따로 답을 드리겠다고 말하는 편이 훨씬 신뢰를 줍니다. 이 말은 영어 실력과 상관없이 업무에서 흔히 쓰는 정상적인 대응입니다.
끝난 뒤에 남길 것
회의나 발표가 끝나면 결정된 내용과 할 일을 짧게 정리해 공유하는 습관을 들입니다. 말로 놓친 부분이 있었다면 이 단계에서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날 말하고 싶었는데 떠오르지 않았던 표현을 찾아 표현 노트에 적어 둡니다. 다음 회의에서 같은 상황이 오면 그 표현을 바로 꺼내 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회의 한 번이 그대로 다음 회의의 준비가 되면, 몇 달 뒤에는 회의에서 자주 쓰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손에 익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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